현직 승무원이 알려주는 외항사 승무원의 장점 7가지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비행이 많이 없는 관계로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3년 차 외항사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느꼈던 수많은 장단점을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은 제가 주관적으로 느낀 외항사 승무원의 장점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매일매일 다른 나라에서, 꿈같은 레이 오버 즐기기
어제는 뉴욕에서, 오늘은 파리에서...라는 말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음을 승무원이 되고 깨달았습니다. 물론 저희 항공사는 취항지가 대형 항공사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코로나 터지기 전만 해도 한 달에 130~150시간의 비행을 했으니, 매달 로스터가 나오기 전에 '다음 달엔 어디로 갈까?'가 항상 기대되고 설레는 포인트였습니다. 가장 바빴던 때를 생각해보면 파리에 다녀오자마자 바로 다음날 방콕에 가야 하는데 계절이 달라서 긴 팔을 마구 빼버리고 반소매 옷들을 트롤리에 쑤셔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2. 호텔방 혼자쓰기
한국 항공사들은 호텔방을 2인 1실로 쓴다고 알고 있는데, 외항사 같은 경우는 대부분 1인 1실이 제공되어서 샤워도 맘대로 잠도 맘대로 식사도 맘대로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레이 오버 가면 호텔에 안 있고 밖으로 나다니지만, 가끔 너무 힘들 때는 푹신한 침구에서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룸서비스도 시켜먹고, 저녁에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러 나갈 때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와 방을 함께 쓴다고 해도 안 맞는 부분이 있을 텐데 직장 동료와 방을 쓴다는 건 은근 스트레스받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좋았고, 저희 항공사는 대부분 호텔에서 조식이 무료라 항상 1등으로 내려가 조식을 먹곤 했었습니다. 지금 레이 오버가 거의 사라져서 가장 그리운 부분이 호캉스입니다.
3. 엄격하지 않은 시니어리티
몇몇의 아시아 외항사들을 제외하면 시니어리티가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다니는 항공사의 경우는 정말 시니어리티가 아예 없습니다. 비즈니스 크루, 사무장, 심지어 캡틴 할 거 없이 "우리는 친구야 다 같이 함께 놀자!"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굉장히 자유롭고 특히나 일부 항공사의 경우는 칵핏(파일럿들 조종석)에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희는 정말 제방 드나들듯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요. 지난달에는 별똥별이 쏟아지는 밤으로 유명했는데 캡틴이 빨리 보러 오라고 불러서 서비스 끝나자마자 후다닥 들어가서 별똥별을 보았습니다. 저는 거의 주니어임에도 시니어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그들도 주니어에게 일을 더 하라고 절대 강요하지 않아요. 자기가 맡은 바만 끝내면 모두가 행복한 비행이 되곤 합니다.
4. 다국적 친구들 사귀기
저는 외항사 승무원이 되기 전에 외국인 친구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예전에 미국 교환학생을 갔을 때 만났던 페이스북 랜선 친구들 빼고는 다른 나라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에 와서 인도, 태국,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함께 어울러 놀다 보면 서로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또 저는 특히 다른 나라 음식들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친구들과 다니면서 여러 나라 음식들도 먹을 수 있고, 몰랐던 점들도 알게 되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5. 직원 할인 티켓(무려 90%)
외항사 승무원을 준비할 때부터 가장 기대했던 복지 중 하나인 직원 할인 티켓 복지입니다. 비행기 티켓값의 90% 할인된 비용으로 티켓을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제휴가 된 다른 항공사들까지 모두 가능합니다. 특히 제가 다니는 항공사는 비즈니스티켓도 직원 할인가로 살 수 있는데(안 되는 항공사가 많습니다.) 올해 이곳에 올때도 카타르 항공 비즈니스 좌석을 30만 원이 안되는 가격으로 끊어서 왔습니다. 사실 평생 타보지 못할 비즈니스석일 수도 있는데 정말 큰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는 친구를 만나러 밀라노도 갔었고, 방콕도 10만 원이 안되는 가격에 이용했었어요. 앞으로도 많이 이용할 계획입니다.
6. 1년에 45일 주어지는 긴 휴가
한국 회사에서 일할 때는 상상도 못 했던 긴 휴가를 여기서는 당연하게 쓸 수 있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1년에 30일이었는데 고새 15일이 더 붙어서 1년에 총 45일을 유급휴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 한국에 가지만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는 친구들도 많이 봤습니다. 어딜 가든 본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항상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게 가장 즐거운 일이에요!
7. 매비행 달라지는 동료, 승객들
이건 누구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저에게는 굉장한 장점입니다. 저는 한국 회사에서 일할 때도 지루한 걸 못 견뎌하는 성격이라 출장 가는 것도 좋아하고 새로운 상황이 오는 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오피스잡은 변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매 비행, 매일매일이 새롭습니다. 심지어 오늘, 내일 같은 곳으로 가는 비행이 있더라도 함께 일하는 동료, 승객들이 달라지니 당연히 모든 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저는 이게 너무 재밌고 잘 맞아서 이 직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8. 한국에 있었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경험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경험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의 고려사항이 있다면 새로운 걸 경험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고 결정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외항사 승무원에 대한 갈망이 컸었고, 현재 직업으로써 만족도는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계속 일했더라면 못했을 경험들을 매일매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건 돈 주고도 못 살 값비싼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제가 살고 있는 중동 지역에 관해서는 그저 아랍어, 무슬림, 돼지고기랑 술을 안 먹는구나 - 이 정도로 얕게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이곳에 살아보니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고 경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중동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 동료, 이웃들을 통해 삶과 경험치를 배우고 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너의 직업을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 거야?"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당연하지!" 를 외칠 거고, 미래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는 저의 딸에게도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다음엔 '외항사 승무원의 단점'에 관해서도 작성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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