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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현직 승무원이 알려주는 외항사 승무원의 단점

by Heippy 2022. 6. 20.

안녕하세요? 지난번 글에서 외항사 승무원의 장점에 대해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장점이 있으면 당연히 단점이 있겠죠?

오늘은 제가 주관적으로 느낀 외항사 승무원의 단점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불규칙한 출퇴근 시간, 밤낮이 바뀌는 루틴

 

오늘은 아침에 출근했다가 내일은 또 새벽 비행이 있고, 그다음 날에는 낮비행이 있는 스케줄을 받을 때가 있어요. 회사는 승무원의 밤낮 루틴은 고려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게 저희의 일이기도 하지만요. 저도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그거 뭐 어렵겠어? 남은 시간에 잠 잘자면 되지!"라고 패기가 넘쳤지만, 실상 마주친 현실은 몸은 정말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에 지독히 시달리게 됩니다.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안 오는 불상사가 생겨버립니다. 이미 밤낮이 바뀌어 버려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로 다음 비행에 가게 됩니다. 그 후로는 피곤 지옥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버리고 말아요. 그래서 기초체력을 키워놓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가기 싫어도 꼭 헬스장이라도 가서 걷기라도 자주 해주고 있어요. 살기 위해서 운동하는 노력형 승무원이 되어야 합니다.

 

2. 외국인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외국에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던지 간에 어쨌든 우리 모두는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아무리 그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한국어를 잘한다 해도 외국인은 그냥 외국인이에요. 특히나 중동 문화는 한국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손쉽게 적응하기가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일을 함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불평등을 행사하거나 하는 건 없지만, 예를 들어 작년과 같이 코로나가 터진 특수한 상황에서 자국민 친구들은 단 한 명도 해고되지 않았고, 모두 외국인인 친구들이 거의 다 해고가 되었어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회사가 힘든 상황에 있을 땐 회사도 더 이상 저희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월급이 감면되는 비율도 다르고, 확실히 자국민 동료들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 많네요.(직접적인 불평등 행사가 맞는 것 같기도 해서 씁쓸하네요) 

 

3.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Homesick

 

정신 없이 일을 하다 보면 정말 향수병이 세게 찾아올 때가 있어요. 이건 동료마다 다르지만 저 같은 경우는 보통 분기별로 한 번씩은 오는 것 같아요. 저는 향수병이 별로 없는 편인데도 말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주로 음식에서 향수병이 옵니다. 한국에서만 파는 치킨, 떡볶이, 아귀찜, 회, 돼지고기 등... 이슬람 국가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먹고 싶을 때 특히 미치도록 한국에 가고 싶어 집니다. 물론 가족과 친구들도 보고 싶어요! 한국에 가고 싶지만 중동에서 한국까지 최소 9시간, 왕복 20시간을 감수해서 다녀오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이럴 때마다 가끔 인도 친구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이 친구들은 두 시간이면 고향에 다녀올 수 있어서 이틀 휴가만 주어져도 집에 다녀오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럴 때면 아시아 항공사 친구들이 부러워집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휴가를 길게 쓸 수 있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편입니다.

 

 

4. 피할 수 없는 중동의 더위

 

이건 중동 승무원들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일텐데, 중동의 더위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덥습니다. 40~50도를 육박하는 여름엔 정말 창문만 열어도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할 수가 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양한 사계절이 있는 한국이 얼마나 감사한지도, 단군 할아버지가 왜 이곳에 터를 잡으셨는지도 너무 잘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초록색의 나무들 보면서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곳에서의 산책이란 오븐 속을 걷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밖은 자주 못 걷고 주로 헬스장에서만 걷고 있습니다. 레이 오버로 유럽이나 방콕 같은 아시아 나라로 비행을 가면 길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많이 느낄 수 있답니다.

 

5. 짧은 근속연수와 퇴사 후 진로 고민

 

짧은 근속연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오래 일을 못하는 걸 많이 봤어요. 일단 건강과 체력 문제로 그만두시는 분들이 가장 많고, 외항사 승무원의 경우 결혼 때문에 그만두시는 분들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베이스가 한국이 아닌 이상 외국에서 아예 뿌리를 내리고 살 것이 아니라면 오래 일하기가 힘든 환경인 건 사실이에요. 자주 바뀌는 시차로 인한 건강 악화와 일하면서 생기게 되는 만성 통증들로 인해 근속연수가 짧은 편입니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도 보면 퇴사 후의 진로 고민을 항상 가지고 사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경우 비서, 영어강사, 서비스직으로의 이직이 많지만 오히려 서비스직을 해봤어서 아예 다른 직종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직업적인 커리어를 살릴 수 있는 건 서비스직밖에 없으니 또 현실과의 괴리감이 찾아오게 됩니다. 

 

 

 

 

 


 

 

 

장점에 비해 단점이 잘 생각이 안나네요. 아직까지는 제가 이 직업을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인가 봅니다.

언젠간 저도 이 직업을 떠나게 될 텐데 그때쯤 콩깍지가 벗겨진다면 다시 한번 작성해보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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